[다시 간다]‘미성년 성범죄’ 문 열어준 무인텔…지금은?

2022-02-22 7



지난해 성탄절 강원도 무인모텔에서 20대 남성이 초등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출입자 나이를 확인하지 않는 무인모텔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인데 대책은 마련됐는지 다시간다, 남영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A양.

두 달 전 성탄절은 악몽으로 남아있습니다.

동네 오빠가 불러 나간 자리에서 초면인 20대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겁니다.

범행 장소는 강원도의 무인 모텔.

A양의 진술서에는 차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자 곧바로 방이 나왔다고 적혀 있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지만 모텔 측이 출입을 막거나 나이를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구속된 가해 남성은 다음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A양 / 성폭행 피해자]
"무서웠어요. 남자 어른 보기 싫어서 집에만 있었어요. (가해자가 교도소에) 들어가서 평생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성폭행 장소로 쓰인 무인모텔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도 두 달이 됐는데요.

유사 범죄를 막을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모텔 이용료를 내는 무인 결제기엔 미성년자 이용 금지라고 적혀 있지만 나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습니다.

[무인모텔 관리인]
"우린 사무실에서 앉아서 그것(CCTV)만 보는 거예요. 밤에는 들어와도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분간이 안 돼요."

청소년보호법은 숙박업소에서 미성년자 혼숙을 금지하고 위반할 때 처벌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숙 절차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무인모텔에선 사실상 유명무실합니다.

지난해 경북 포항에서 벌어진 가출 여중생 성매수 사건도 무인모텔이 범행장소였습니다.

이곳도 미성년자 혼숙 금지 안내문만 있을뿐 나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습니다.

무인모텔은 청소년 일탈 장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두달 전 술 취한 중학생 5명이 무인모텔에서 난동을 부리는 모습입니다.

[무인모텔 이용 중학생]
"죽여봐요, 죽여봐요. 죽여보라고."

이 모텔엔 신분증 식별 장치가 있지만 작동하지 않습니다.

[현장음]
"어, 왜 신분증 달라는 소리를 안하지?"

[무인모텔 사장]
"신분증도 요즘 위조를 많이 하니까. 무용지물이라서 시스템 센서를 안 단 거예요."

관할 구청은 무인모텔이 얼마나 있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포항 ○○구청 관계자]
"명칭이 무인텔이라고 허가를 내는 게 아니거든요. 모텔로 다 허가 냅니다. (무인텔만 따로 놓은 통계는 없겠네요?) 없습니다."

사업주의 출입자 신원 확인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정환 / 변호사]
"무인모텔은 사업주가 미성년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 책임을 면하게 되는, 면죄부를 준 거와 다르지 않는 상황(입니다.)"

어른들이 할 일을 미루는 사이 청소년들은 범죄와 일탈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남영주 기자 dragonba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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